WHO, ‘가자 지구서 폭격보다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아질 수도’

공습으로 폐허가 된 건물

사진 출처,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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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지구에서의 임시 휴전이 5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구호단체들은 더 많은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 기자, 데이비드 그리튼
  • 기자, BBC News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8일(현지시간) 가자 지구의 보건의료 시스템이 복구되지 않으면 폭격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질병을 치료받지 못해 숨지는 이들이 더 많아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UN(유엔)이 운영하는 구호 시설엔 거의 110만 명이 몰려 지내고 있는데, 이곳 아동들 사이에서 설사와 호흡기 감염 등의 질병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암 환자 등 만성질환자들 또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

앞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이 48시간 연장이 합의되면서 가자 지구 내 임시 휴전이 5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이 같은 경고가 나온 것이다.

카타르, 이집트, 미국이 중재한 이번 협상으로 이스라엘 측 여성과 아동으로 구성된 인질 20명이 추가로 풀려나 이스라엘 교도소에 수감됐던 팔레스타인 여성과 청소년 수감자 60명과 맞교환됐다.

임시 휴전 4일째이자, 기존 휴전 협정의 마지막 기한이었던 27일 기준 인질 11명과 수감자 33명이 풀려나면서 현재까지 인질 총 50명, 수감자 150명이 풀려났다.

이스라엘 이중국적자 1명을 포함한 외국 국적자 19명 또한 별도 합의에 따라 하마스의 손에서 풀려났다.

지난달 7일, 하마스 무장대원들은 경계선을 넘어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했다. 1200여 명이 사망하고 240여 명이 인질로 잡혀간 그날 이후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 군사 작전을 개시했다.

하마스가 점령한 가자 지구의 보건 당국은 전쟁 이후 이 지역의 사망자는 1만4800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UN은 지난 7주간 피난길에 오른 가자 지구 주민 수는 190만 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 중 60%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구호 사업 기구(UNRWA)’가 운영하는 156개 시설에 머물고 있다.

UN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거릿 해리스 WHO 대변인은 이러한 대피 시설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번 달 초까지 5세 이상 아동 중 설사병을 앓는 이들이 정상치의 100배 이상으로 보고되는 등 집단 감염병이 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위한 치료제가 현재 없으며, 치료하지 않으면 특히 유아들은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UN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집중 공세를 퍼부었던 가자 지구 북부 지역에선 5개 병원만이 부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민간인들에게 북부를 떠나 피난 가라고 명령한 남부 지역에선 11개 병원 중 8곳이 운영 중이다. 그리고 중증 외상환자를 치료하거나, 복잡한 수술을 할 수 있는 곳은 단 1곳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리스 대변인은 “(가자 지구의) 의료보건 시스템을 되돌릴 수 없다면 폭격으로 죽는 사람보다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가자 지구에서 화상 통화로 기자들과 만난 제임스 엘더 ‘UN아동기금(UNICEF)’ 대변인은 전쟁으로 인한 끔찍한 부상을 입은 어린이들로 병원이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엘더 대변인은 의료진이 부족해 몇 시간가량 치료받지 못한 채 병원 바닥에 누워있는 아이도 봤으며, 다친 채 외부 주차장과 정원에 누워 있는 아동들도 있다고 언급했다.

Play video, "Drone footage shows Gazans scrambling for fuel", 방송 길이 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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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지구 주민들은 겨울옷도 없이 텐트에서 지내고 있다

가자 지구에 현재 비가 오는 등 날씨가 추워지면서 제대로 된 숙소와 겉옷이 부족한 피난민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관료들에 따르면 임시 휴전 첫 4일간 구호 물품을 실은 트럭 800대가 가자 지구에 들어왔으며, 일부는 북쪽으로도 향했다고 한다. 지난 며칠에 비하면 늘어난 양이나, 전쟁 전 가자 지구에 보급되던 물자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한편 UN 기구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교전 재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영구 휴전을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는 휴전이 종료되면 이스라엘군은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카타르 외교부는 지난 28일 연장된 휴전 기간 “추가로 협상하고, 이번 전쟁을 … 완전히 끝낼 수 있는 지속가능한 휴전”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마제드 알-안사리 외교부 대변인은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우리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건 하마스가 인질 최소 10명의 석방을 보장하면 휴전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협정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알-안사리 대변인은 중재국들은 하마스가 아직도 억류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외국 국적의 10달 된 유아부터 군인에 이르는 인질들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를 포위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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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보라색)이 가자 지구 북부 가자시티를 포위하는 과정

카타르에 있는 어느 하마스 고위 소식통은 BBC에 인질 전원이 하마스의 손에 있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일부는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PIJ)’와 같은 다른 소규모 무장 단체들이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단체들도 하마스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영국 등의 국가에선 테러 조직으로 분류된다.

또한 이 소식통은 하마스가 인질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사람들과 접촉하기 위해선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현재 통신 네트워크가 손상되고 이를 작동할 연료가 부족해 소통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편 알-안사리 대변인은 휴전과 관련해선 “최소한의 위반” 사례만 보고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변인의 이러한 발언 2시간 뒤, 이스라엘군은 가자 지구 북부에 자리한 이스라엘 군부대 2곳 근처에서 폭발물 3개가 터지며 합의가 위반됐다고 주장했다.

“한 부대에선 테러리스트들이 군인들에게 총격을 가해 대응 사격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군인이 가벼운 부상을 당했다”는 설명이다.

하마스의 군사 조직은 북부에서 “마찰”이 있었다면서, 대원들이 이스라엘군의 “명백한 (휴전 협정) 위반”에 대응했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가자 지구 북부 가자시티 북서부에선 총격과 폭발이 보고됐다.

현지 언론인은 BBC에 가자시티 셰이크 라드완 지역에선 실향민 수십 명이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면서 이스라엘 부대 가까이 접근했는데, 이에 이스라엘의 탱크와 군인들이 경고 사격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1명이 다치고 건물 1채에 포탄이 떨어졌다는 주장이다.